| “여성권익·성평등으로 아프리카 최고 성장률 기적 이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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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01.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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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 아픔 딛고 도약하는 르완다
“여성권익·성평등으로 아프리카 최고 성장률 기적 이뤘다”
여성계 연대로 성인지적 헌법으로 개정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이제는 아프리카 최고인 르완다의 기적은 어디서 온 것일까. 여성의 잠재력을 활용하고자 하는 집권 여당과 대통령의 리더십, 여성단체와 당시 여성부(현재는 여성가족부), 여성 국회의원들의 노력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얻어진 결과다.
카가메 대통령 집권 후 여성 거버넌스 비율 세계 최고
▲ 르완다 국회여성포럼에 참석한 여야 여성 의원들.지구촌에서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높은 르완다는 아프리카 동남부에 위치한 낮은 구릉으로 이뤄진 나라다. 수도 키갈리도 해발 1300~1500m에 위치해 있어 여름에도 밤이 되면 서늘한 편이다. 1994년 대학살의 재판이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도 진행 중에 있고 고아와 미망인, 장애인이 많다. 에이즈 감염률이 높아 평균수명이 40세를 넘지 못하고 있으며 1인당 GDP 1263달러, 하루 1 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인구가 51.7%가 되고 문맹률(성인 35.1%, 여성 문맹률 40.2%)이 높은 빈곤국이지만 이들에게는 이제 비전과 희망이 있다.
르완다는 현 폴 카가메 대통령 집권 이후 정치적 안정 속에 연평균 8.4%의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아프리카 경제성장 모범국이면서 중앙과 지방의 정계뿐 아니라 법조계까지 여성 거버넌스 비율이 세계 최고다. 이러한 여성 리더십의 급성장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폴 카가메 현 대통령의 여성 리더십에 대한 전폭적 지원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카가메 대통령은 “여성권익 증대와 성평등 보장이야말로 르완다 발전의 척도”라고 했다. 여성권익 신장과 성평등 보장은 궁극적으로 지역사회와 국가 전체를 발전시킨다. 과거 독립투쟁과 최근 국가 재건 때 여성들이 정치, 경제, 민족 간 화해 부문에서도 크게 기여했다.
후투족과 투치족의 대립으로 대학살을 경험한 자원이 빈곤한 부계 중심의 가부장적 잔재가 있는 작은 나라 르완다는 2002년 콩고와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과도정부를 구성해 2003년 성인지적 헌법 개정을 했다. 이후 사회적·경제적 여성참여 증대와 IT 강국을 모토로 새로운 도약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새마을운동에 해당하는 ‘르완다 여성지역사회재건네트워크’(Rwanda Women′s Community Development Network: RWN)는 국가 재건의 중심 의제로 여성권익 증진을 주창하고 있다.
‘르완다 여성지역사회재건네트워크’…국회여성포럼 큰 역할
먼저 르완다 여성권익 옹호에 앞장선 세 부문을 든다면 여성 NGO인 Pro-Femmes, 여성가족부(Ministry of Gender and Family Promotion), 국회 여성포럼(The Forum of Women Parliamentarians, 공식명칭은 Forum des Femmes Rwandaise Parlementaires)을 들 수 있다. 시민사회와 정부, 국회가 모두 하나 되어 여성권익과 여성의 경제적·사회적 기회 제공을 위해 노력해 온 결과다. 시민사회 영역에서 Pro-Femmes는 전국에 40여 개의 지부를 결성하고 여성가족부와 국회와 협력하고 조정하는 메커니즘을 구축해 성인지적 캠페인을 통해 여성의 사회적 의식을 높이고 총선에서 여성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여성의 관심을 촉구했다.
여성단체들은 신헌법에 성평등이 핵심 의제가 되도록 열심히 캠페인을 했다. 여성단체들은 헌법 개정 과정에서 여성 국회의원과 당시 여성부((Ministry of Gender and Women in Development)와의 조정 역할을 했다. 그리하여 여성이 모든 의사결정 구조에 적어도 30% 이상이 돼야 한다는 조항을 헌법에 명시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누가 뭐라 해도 괄목할 만한 여성 진출 성취의 주역은 여성 국회의원들이 만든 국회여성포럼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국회여성포럼은 과도정부가 헌법 개정을 위해 만든 12명의 개헌특위(Constitutional Commission)에 3명의 여성 위원 중 시민사회 몫의 1명의 젠더 전문가를 참여시켰다.
국회여성포럼은 유엔개발계획(UNDP) 르완다 사무국의 지원을 받아 남녀평등 정책, 성인지 입법과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국회 여성포럼은 국회 내 양성평등 입법, 젠더부문의 행정부 관리 감독, 국회 조직 내 양성평등 강화에 주력했다.
여성들을 공식 거버넌스 구조에 포함시킴으로써 여성의 관점에서 커뮤니티 구축과 국가적 요구사항, 우려나 관심사항 등을 제시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국회여성포럼은 헌법 개정 시 중앙 및 지역단위를 포괄하는 헌법기관인 국가여성위원회(National Council of Women)를 만들어 최하위 행정조직 단위인 Cell부터 Sector, District, Province, National까지 여성대표들로 이뤄진 지부 조직이 있고 이들이 기초부터 광역 지방의회와 지방정부, 국회와 중앙정부의 공식적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여성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국가여성위원회는 헌법기관으로서 지방행정단위별 총회와 집행위원회로 이뤄진다. 18세 이상의 여성들로 총회를 구성하고 공직선거 기간 중 여성들만 투표해 국가여성위원회 집행위원을 선출한다. 국회의원 30% 여성할당이 헌법에 명시된 르완다는 총 80명의 하원 의석 중 24명이 여성 비례대표다. 선관위에 지원 서류를 제출한 여성 후보자 중 각 도(道) 및 키갈리시에서 2명씩 선출한다. 중앙 및 지방의회와 중앙 및 지역 차원의 국가여성위원회 집행위원들로 구성된 연석회의에서 선출하는 간접선거다.
비례대표 여성 의원도 정당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순위도 각 정당에서 정하는 우리나라의 비례대표 의원 선출방식과 르완다의 비례대표 의원 선출방식은 크게 다르다. 나머지 비례대표인 청소년 몫 2명 할당은 청소년 단체에서, 장애인 몫 1명은 장애인 단체에서 각각 결정한다.
여성 비례대표 의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중앙선관위(National Electoral Commission :NEC) 감독 하에 위의 연석회의에서 비례 대표의원이 결정되기 때문에 정치비용이 들지 않아 돈 없는 사람도 비교적 용이하게 정치에 입문할 수 있다. 지역구 선거에서도 국민의 여성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커서 직접 출마하더라도 당선이 비교적 쉬운 편이다. 2010년 12월 26일 현재 하원 여성 비율 56.3%는 여성할당제 30%와 선거를 통한 당선 26.3%가 합쳐진 결과다.
이런 르완다의 헌법 개정 과정은 성평등 사회를 위해 여성 스스로가 그리고 국가 지도자가 여성리더십을 어떻게 구현해야 성공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에도 독일과 스위스 헌법에서처럼 성평등의 실질적 구현이 국가 목표로서 명시돼야 한다. 성평등이 국가 목표가 된다는 것은 국가에 양성의 실질적 평등을 실현하고 현존하는 차별을 제거하는 데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일반적 평등권과 별도의 성평등을 독립적 규정으로 추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헌법에 국회 여성할당 30% 명시…하원 여성 비율 56.3%
▲ 르완다 하원(Chamber of Deputities)의 회의 모습.현행 우리나라 헌법은 평등조항에서 단지 ‘성별’로 인한 모든 영역에서의 차별을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독일 기본법은 제3조 제2항에서 명문으로 남녀의 동등한 권리, 즉 성평등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와 다르다. 즉 동 조항에 따르면 “남녀는 동등한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남녀평등을 실질적으로 관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기존의 차별을 제거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러한 독일 기본법의 태도는 남녀평등을 실질적으로 헌법 현실에서 실현하기 위한 국가의 의무까지 요구하는 것으로 우리 헌법상의 규정보다 성평등에 대해 보다 분명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독일도 헌법 개정 시 남녀평등(성평등) 문제도 일반적 평등조항으로 해결된다고 보고 남성 의원들이 동 규정의 삽입을 강하게 반대했으나 여성 의원과 여성계가 줄기차게 투쟁·요구한 끝에 이 조항이 삽입됐다.
르완다 사례에서 보듯이, 성평등 전담 부서로서 여성가족부가 먼저 헌법 차원의 양성평등 사회 구현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 여성가족부는 헌법적 근거를 통해 건강한 가족과 청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주요 기능인 양성평등, 성 주류화 및 여성권익 증진 업무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국회 내 성주류화 관련 입법 모니터링과 저출산을 포함하여 부처를 초월한 성 주류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 문제 해결은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를 얼마나 어떻게 낳을지를 결정하는 주체로서 여성의 문제이고 임신·출산·양육으로 인한 가족, 기업, 사회에서의 성불평등의 해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차제에 저출산 대책 기능까지 여성가족부로 이관할 수 있도록 헌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면 여성가족부도 헌법 개정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이를 지지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
여야를 떠나 오직 여성이란 이름 아래 뭉친 르완다 여성 의원들처럼 우리나라 국회 여성 의원들도 여성 전체의 권익 증진과 성평등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르완다 여성 의원들은 국회여성포럼을 만들어 중앙 및 지역 차원에서 여성권익 프로그램을 짜고 성평등 프로젝트 사업을 하는 국가여성위원회도 만들고 헌법 개정에 성평등 조항이 들어갈 수 있도록 여성 NGO(Pro-Femme) 및 여성가족부와 협력했다. 우리나라도 여성의원포럼이 상설화되도록 하려면 여야 여성 의원 간 각별한 유대관계가 요구된다.
결론적으로 르완다의 성인지적 헌법개정 후 하원의 여성 의원 비율이 50%를 상회하는 놀라운 성공 사례는 여성 NGO의 지속적인 캠페인, 정부 차원의 여성가족부 지원, 국회여성포럼의 각고의 노력 및 집권여당의 확고한 여성 리더십 지원 등 제반 요건이 작용한 결과다. 르완다 사례는 우리에게 성인지적 정책 설계와 타의 모범이 될 혁신적인 선거 메커니즘이 여성리더십 구축에 획기적 전환점을 가져올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1116호[세계]여성신문 (2011-01-07) 김귀순/ 국회 여성위원회 수석전문위원
http://womennews.co.kr/news/48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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