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G20 주재국 대사에게 듣다> (9)독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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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0. 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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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 문태영 주독일 한국대사는 한국과 독일이 수출 위주의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협력할 분야가 많다면서 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계기로 양국 간 협력이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 대사는 2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독일은 정치와 안보, 개발원조 등의 분야는 G8에서, 세계경제와 금융은 G20에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독일은) 지난 6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회의에서 금융규제, 세계 금융기구 개혁, 지속가능한 균형 성장 등 G20 주요 이슈에 대한 결정들이 대부분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뒤로 미루어진 만큼 이번 서울 회의에 대한 기대가 더욱 크다"고 말했다.
문 대사는 또 "독일이 아시아에서, 특히 올해 의장국인 한국에서 회의가 개최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지했고 회의 준비 과정에서도 한국과 긴밀히 협의했다"면서 "독일 정부는 G20이 확고하게 자리잡는 데 이번 회의가 전환점이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문 대사와 일문일답.
--독일은 세계 4대 경제대국이자 EU(유럽연합) 최대 경제국으로 G20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G20과 관련한 독일 정부의 입장은 어떤지.
▲독일 정부는 1999년 쾰른 G8 정상회담을 주최하면서 G20 재무장관 회의를 출범시키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2008년부터는 세계 금융 및 경제위기가 확산함에 따라 국제 금융시장의 규제 강화,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에 대한 논의를 주도해 오고 있다. G20 정상회의가 이러한 논의에 가장 적합한 틀이라는 데 우리와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기존의 G8 체제로는 더는 세계 경제 문제에 효율적인 대처가 어려운 만큼 G20 체제가 세계 경제의 주요 이슈들을 주도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G8과 G20의 역할 분담에 대한 독일의 생각은.
▲G8은 정치와 안보, 개발원조 등을 협의하는 장으로, G20은 세계 경제와 국제 금융을 논의하는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G20에 국제기구 또는 다른 국가들이 계속 추가되면서 G30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은 그동안 G20 정상회의를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해왔나.
▲독일 정부는 세계 경제 및 금융위기의 원인이 기본적으로 금융시장에 대한 자유방임과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영미식 금융체제에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위기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투명성과 규제가 강화된 새로운 국제 금융질서를 정립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보이고 있다.
2008년 11월 워싱턴에서 열린 제1차 G20 세계 금융정상회의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책임성, 투명성, 규제·감독 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국제 금융시스템이 개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 정부는 국제 금융시장에 대한 감독 기능 강화를 위한 IMF(국제통화기금)와 FSF(금융안정포럼)의 역할 강화를 지지하고, 국제 금융질서 정립에 있어 개도국의 역할 및 책임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4월 런던에서 열린 2차 G20 정상회의에서도 메르켈 총리는 세계 금융위기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세계 경제ㆍ금융 분야에 새로운 질서를 정립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면서 이를 위해 사회시장경제체제의 원리를 바탕으로 한 `지속가능한 경제 헌장'을 제안했다.
이어 지난해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개최된 3차 G20 정상회의에서는 은행 직원의 보너스 제한, 은행의 자기 자본 확대, 금융시장 거래세 도입 등 금융규제 강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내놨다. 올해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4차 회의에서는 유럽 경제의 안정적 회복에 우선순위를 두고, 미국의 경기부양책 주장에 맞서 긴축재정을 통한 재정 건전화 정책을 강조했다.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대한 독일 정부의 입장은.
▲지난해 피츠버그 회의 당시 독일은 2010년도 G20 정상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독일 정부는 G20 정상회의가 1차에서 3차까지 한 번도 아시아 지역에서 개최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2010년도에는 아시아 지역에서 개최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2010년도 G20 의장국인 한국에서 개최될 경우 적절한 선택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올해 6월 오타와 회의에서 금융규제, 세계 금융기구 개혁, 지속가능한 균형 성장 등 G20 주요 이슈에 대한 결정들이 대부분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뒤로 미루어진 만큼 독일 정부로서는 서울 정상회의에 대한 기대가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또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재정위기 극복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독일 정부로서는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국제 금융규제 및 재정 건전화 개혁 등과 관련해 G20 차원의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독일 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금융규제 등 주요 이슈에서 가시적 진전을 보여야 G20이 앞으로도 계속 추동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주최국인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조해 적극적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G20이 확고하게 자리잡는 데 이번 회의가 전환점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G20 정상회의 개최 하루 전에 비즈니스 서미트가 개최될 예정이다. 독일 기업들도 참석하는지.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도이체 방크의 요제프 아커만 회장과 보쉬 그룹의 프란츠 페렌바흐 회장이 참석할 계획이다. 도이체 방크는 독일 뿐 아니라 유럽을 대표하는 금융회사이며 보쉬도 독일의 대표적 제조업체로서 최근 삼성측과 리튬 전지 공동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인 만큼 이들 회사의 참석은 큰 의미가 있다. 또 비즈니스 서미트에 G20 정상들도 참석하도록 초청하고 있는데 메르켈 총리도 참석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에서 한독 양국 간에 협력할 수 있는 분야는 어떤 것이 있는지.
▲기본적으로 한독 양국은 수출의존형 경제구조를 갖고 있어 대외 경제 정책 분야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입장을 취해오고 있다. 우리 정부가 G20 회의에서 제안한 보호무역 동결조치(standstill)에 대해 독일이 적극적 지지 입장을 보인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이다. 또 우리 정부는 G20 회의에서 독일 측이 제안한 `지속가능한 경제 헌장' 관련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따라 작년 피츠버그 정상회의에서 지속가능한 경제 헌장의 기본원칙이 채택됐고 우리 정부의 주도적 노력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을 위한 핵심가치'의 주요 요소로 기후변화가 포함됐다.
올해 서울 정상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금융안전망, 개발 의제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며 독일 정부는 이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G20에서 논의되는 다양한 이슈에 대해 양국간 셰르파 회담, 재무 당국간 회담 등 긴밀한 협의를 통해 입장을 조율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22일 독일을 방문해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 악셀 베버 독일 중앙은행 총재,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과 만나 G20 관련 주요 이슈들을 사전 협의했다.
--주독대사로서 한-독 양국관계의 발전 방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달라.
▲양국간 교역 규모는 연간 250억달러 수준이다. 이것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4개국과 한국의 교역량을 합친 정도의 규모이다. 이처럼 독일이 한-EU 교역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한-EU FTA(자유무역협정)가 정식 서명 및 발효되면 양국간 교역이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 정부는 한-EU FTA의 연내 발효를 위해 긴밀하게 협의해 오고 있으며, 한-EU FTA를 기초로 양국간 실질 협력 관계를 다각도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주독대사로 부임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양국관계에 대한 소회는.
▲한국과 독일은 모두 수출 중심의 경제를 가지고 있다. 무역의존도가 싱가포르나 홍콩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할 경우 한국(92.3%)이 세계 1위, 독일(73.1%)이 2위이다. 양국이 이처럼 비슷한 경제구조를 가진 만큼 많은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독일은 1970년대 우리 경제성장의 모델이었다. 한동안 독일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여전히 유럽에서 한국에 가장 중요한 파트너는 독일이다. 또 여전히 독일에서 배울 점이 많다.
<연합뉴스> k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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