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정치에 대한 기대 |
| |
 |
2010. 08. 17 |
|
|
|
|
| |
|
최근 우리 정치에는 한두 가지 특징적인 현상들이 나타났다. 그 하나가 새 여성지도자들의 탄생이다. 이것이 얼마나 지속적이고 유의미한 것인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관찰해야 할 일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여성정치시대를 앞당기는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의 당 최고위원 진출과 민노당 이정희 의원의 당 대표 진출이 바로 그것이다. 우선 나 의원의 경우는 지금까지 정계의 탤런트 수준이었으나 이제는 한단계 올라가 그의 리더십을 주목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는 지금까지 자력이 아닌 타력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한나라당의 리더십(최고위원)에 당당한 경선을 통해, 그것도 3등이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당선되었다. 더구나 여론조사에서 가장 유력하다던 당 대표 후보들까지 물리치고 1등을 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는 지금까지 대변인이나 국회활동 등을 통해 똑똑하고 인기가 좋은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정립했는데 이제 한 걸음 더 나가서 당 대표 내지 대선후보 반열에도 올라갈 발판을 놓는데 성공했다고 하겠다. 그의 당내외 득표력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지만, 만 명 가까이 모인 전당대회장에서 대중을 사로잡는 감동적인 연설 솜씨를 보여 줬는데 이는 무명의 오바마가 민주당 전당대회장에서 받은 각광을 통해 급성장한 대목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정희 의원의 민노당 대표진출도 돋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민노당이 원내의석 몇 석 밖에 안 되는 작은 정당이라서 그런지 그렇게 화려한 데뷔는 하지 못한 것 같다. 민노당이 노선을 좀 더 합리화, 현실화한다면 성장 가능성은 크다 하겠으나 과연 어떻게 변모할지는 불투명하다. 이런 점에서 영국의 노동당 성장사는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이 의원은 전국구에다 초선이긴 하지만 이런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야무진 원내외 활동을 통해 그 이미지가 상당히 부각되어 있는 상태다.
# 이들의 등장은 박근혜, 추미애, 한명숙 같은 기존의 리더들을 중심으로 한 여성정치파워를 한층 강화하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여성정치의 트렌드를 강화함으로써 여성대통령의 출현 가능성도 높일 것이다. 이와 함께 정치외곽의 눈부신 여성진출 또한 이들의 새로운 파워베이스가 될 것이다. 지금 법조, 외교, 언론, 행정공직을 비롯한 중추적 부문에서의 여성파워는 무섭게 뻗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여성대통령 얘기가 나오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불합리한 거부감이 있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박근혜 전대표가 나경원 최고위원의 등장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점에서는 박 전 대표의 진로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앞으로 유권자들은 여성정치를 더 주목하게 되고 과거보다 좀 더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차제에 여성정치에 희망을 걸어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여성대통령 후보라면 아마도 차떼기 같은 짓은 저지르지 않을 것 같다. 남성 정치동네의 사랑방 정치, 밀실정치, 야합-음모중독증과는 다른 것을 보여줄 것 같다. 흔히 한국정치 하면 부패와 권력투쟁, 축재, 인사독식 같은 부정적 측면을 떠올리게 되는데 역사 문화적으로 볼때 이것은 일단 남성이 정치를 독점해 온 과정에서 정착된 이미지라고 볼 수도 있다.
유럽, 특히 여성정치가 활발한 북유럽 여러 나라의 정치청렴도가 높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여성들의 모성애와 섬세성, 청결성, 책임감, 절제력 등은 남성보다 우월한 부분이라는 설이 있다. 물론 한국적 안보현실이나 위기돌파력, 결단력, 포용력 등 다른 각도에서는 다른 평가가 나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 독점적인 한국정치가 국민적 실망과 지탄속에서 헤매고 있고 그 활로가 희미한 것이 엄연한 현실임을 감안할 때, 일대 반전을 위해서는 여성들에게 한 번 칼자루를 맡겨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정치에 대한 남성기득권을 시정하고 한국정치, 나아가서는 역사발전의 새로운 국면을 조성한다는 대의의 관점에서도 여성파워의 급성장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역시, 남성기득권의 저항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순천향대 초빙교수·언론인)
대전일보 2010-07-19 22면기사
- http://www.daejonilbo.com/news/newsitem.asp?pk_no=895934
|
|
